3월 19일, 영양군에 모인 우리 벽화 작업팀은 4년 전 그려놓았던 바닥 트릭 아트의 유지보수 작업을 위해 도착했습니다. 그날, 벽화 작업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서울에서 미팅이 많았던 저는 3월 22일까지 현장에서 작업을 마친 후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길에 잠시 의성휴게소에서 핫도그를 사 먹으며 쉬고 있던 중, 의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대피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때는 서울로 가는 길이었고, 그저 큰일은 아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이후 서울에서 중요한 미팅과 계약을 마친 후, 3월 25일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50분에 다시 영양군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영양군으로 가는 길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오후 4시 45분쯤 안동을 지나면서, 하늘은 짙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구름인지 연기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속도로를 달리자마자 불길이 산 너머로 솟구치며 하늘을 붉게 물들였습니다. 그 불길은 점점 커졌고,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라이트를 켜고 달려야 했고, 회색 재가 하늘을 떠도는 모습은 마치 전쟁터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청송을 지나면서, 오후 5시 10분쯤, 불길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영양군에 가까워지면서, 하늘은 연기와 불길로 가득 차 있었고, 그곳은 공포스러움과 긴장감이 넘치는 분위기였습니다. 눈앞의 상황이 그저 믿기지 않았습니다. 오후 5시 30분, 영양군 선바위 관광지에 도착했을 때, 낮의 기운이 남아 있었고, 불길은 멀리서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벽화 작업을 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나는, '이 일로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라는 씁쓸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작업팀은 관광지 활성화를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는 바닥 트릭 아트는 그 지역의 볼거리를 만들고,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죠. 그렇기에, 지금 당장 눈앞에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에게 벽화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일 수 있습니다. 당장의 산불과 고통, 절망 속에서 우리는 그저 관광지의 볼거리를 만드는 일일 뿐입니다. 산불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고, 대피와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벽화 작업을 마무리짓고,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볼거리를 만드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그저 그것만으로도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마음 한편으로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미안함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석문교 흔들다리 바닥 트릭아트 복원! 불길 속에서 되살려낸 '떨어지는 다리'"
4년 전, 영양군 석문교 다리 위에서 우리가 그린 흔들다리 바닥 트릭아트! 그 당시에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 그 작품이 조금씩 낡고 색이 바래면서 다시 손을 봐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벽화 작업팀은 2025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복원 작업은 단순한 보수 작업이 아니었어요. 그 다리 위에서 사람들의 웃음과 놀라움을 자아냈던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다시 살리는 일이었죠.
첫 번째 단계: "흔들다리 위에서의 첫 만남"
현장에 도착한 순간, 그때 그 '흔들다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는지 떠올랐습니다. 다리 위에서 보였던 트릭아트의 그 아찔한 '떨어질 것 같은 느낌'… 그 장면은 정말 경이로웠죠.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 트릭아트가 색이 바래고 흠집이 생겨 조금은 퇴색해 보였어요. 그래서 우리는 새로 그려야 할 부분을 점검하고, 그 어떤 세밀한 작업도 놓치지 않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두 번째 단계: "도면 작업과 색상 맞추기"
처음 그린 작품과 똑같은 느낌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원본 도면을 다시 꺼내 보고, 4년 전의 색감과 분위기를 다시 떠올렸죠. '어떤 색이 더 밝았을까?' '어떤 느낌이 가장 사실적이었을까?'하며 고민하며, 트릭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을 하나하나 살펴봤습니다. 이제 색상을 혼합하고, 그라데이션을 넣는 작업이 시작되었죠. 아찔한 다리 아래를 '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안전한' 그런 착시 효과를 다시 만들어내야 했으니까요.
세 번째 단계: "작업 중의 해프닝과 산불의 위협"
복원 작업 중에는 예기치 않은 상황들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닥에 그린 트릭아트가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몇몇 사람들은 '저기 사람이 떨어지는 거 아니야?'라고 걱정스러워하며 멈추기도 했고, '흔들다리가 진짜 흔들릴까?' 하고 스스로 다리를 흔들어 보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웃음을 참으며 **'걱정 마세요! 그냥 트릭아트일 뿐이에요!'**라고 말하며 작업을 이어갔답니다. 하지만, 그날의 하늘은 불길로 가득 찼습니다. 3월 22일,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빠르게 영양군으로 번졌고, 현장에서 작업을 하면서도 하늘을 가득 채운 연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불길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산불이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 단계: "세심한 마무리 작업과 안전성 확보"
하지만 재밌는 해프닝도 잠시, 이제는 복원된 트릭아트가 다시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했죠. 예전에 비해 날씨나 환경에 따라 바닥 트릭아트의 내구성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이 고일 수 있는 부분이나 지나치게 자주 마찰이 가해지는 부분은 보강 작업을 추가했어요. 그리고 나서 트릭아트를 마무리하고 나면, 가장 중요한 점검! **'안전성'**입니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널 때 아찔한 착시를 느끼지만, 실제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죠. 그 사실을 확실히 하고 나면, 비로소 **'작업 완료!'**라고 외쳤습니다.
마지막 단계: "완성된 트릭아트와 연기 속의 순간"
작업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완성된 트릭아트를 보았을 때, 연기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모습이었어요. 의성군과 영양군 사이에서 불길은 아직 꺼지지 않았고, 그 불이 우리 작업 현장 근처까지 밀려왔습니다. 바닥에 그려진 트릭아트가 완성되었지만, 그 순간 하늘은 여전히 연기로 가득 차 있었죠. 우리는 이 상황 속에서도, 작업을 완료했다는 성취감을 느꼈지만, 그 불길을 마주하며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작업이 끝났지만, 그 주변에 여전히 산불이 번지고 있다니.' ‘다리가 안전하다’고 말했지만, 그 안전이 지금 여기서 중요한 걸까?’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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